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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살며/스리랑카 이야기

[스리랑카] 매일 매일 정전되는 일상

by 난드리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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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 도착한 지 어언 몇 달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생활들을 기록하여 남기려고 한다.

 

 

스리랑카에 도착해서 콜롬보에 지내던 이야기로 블로그를 쓴 지 한 달이 지났다. 콜롬보를 떠나니 시위대의 소식에서부터 차츰 멀어졌다. 그동안 더 격렬해진 시위로 인해 대통령은 사임했고 국외로 도망을 갔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이 됐다.

스리랑카의 소식들이 한국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통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로부터 괜찮냐는 안부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우리는 시골 아닌 시골에서 지내다 보니 매우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스리랑카 정전 일상스리랑카 정전 일상스리랑카 정전 일상
스리랑카 평화로운 모습

 

이곳에서도 타운 쪽으로 나가면 가끔 현수막 대용인지 기다란 종이에 문구를 써 한 대여섯 명이 들고 다니는 걸 목격하곤 했는데 전혀 위협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시위도, 대통령도 아닌 바로 정전이다. 한국에서는 정전이 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몇 년 전,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 전기량이 너무 폭발해서 잠시 정전이 됐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회사에 있었는데 정전으로 인해 조금 빨리 퇴근할 수 있어서 마냥 좋았던 것 같다.

 

 

호텔에서 지낼때는 호텔에서 돌리는 발전기로 정전 없이 지냈는데, 집을 구해 들어오니 정전은 피할 수가 없다. 사실 호텔에 있을 때는 먹는 거 때문에 힘들어서 빨리 집을 구해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제 집을 구해 들어오니 정전이 될 때면 호텔에 있던 때가 그립기도...... 결론은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들다는 것...

 

 

요즘은 하루에 3시간 정전이 된다. 다행히도 미리 정전시간을 알려준다. 참 고맙다..

오후에 1시간 40분, 저녁에 1시간 20분이 되는데 지역별로 나누어서 일주일마다 시간이 변경된다. 그리고 주말인 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시간이 변경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정전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을 피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다. 이곳은 하루 종일 덥기 때문에 더위 속에서 정전이 된다는 것이 참 힘들다. 저녁시간에 정전이 되면 가끔씩 주인집에서 발전기를 돌려주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발전기를 돌려주면 양심상 에어컨은 켜지 않는다. 워낙 기름값이 올랐기 때문에 발전기를 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스리랑카 정전 일상스리랑카 정전 일상
[사진출처: 구글 스리랑카 파워컷 일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로에 툭툭이나 차가 안 보일 정도로 기름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항상 주유소 앞에는 차량이 길게 늘어져있었는데 주유소에도 기름이 없어서 줄을 서지 못하게 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기름 할당제를 도입해서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양의 기름만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도 조금 나아졌는지 요즘에는 툭툭이나 차, 오토바이가 예전보다는 많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름값이 오르고, 구하기 힘들다보니 툭툭 가격도 엄청 올랐었다. 300 루피면 가는 길을 1500루피를 달라고 하는데,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하다 싶었다. 집으로 들어온 이후에는 이동을 자제하고(사실 갈 데가 없다..) 다행히 마트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리고 가끔 마트에서 살 수 없는 것들, 예를 들면 소고기, 닭고기, 새우 등을 사러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 타는 것도 처음엔 좀 두려웠는 몇 번 타니 또 탈만 하다.

 

오늘은 콜롬보에서 이동해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남기려고 했는데, 지금도 정전 중이다 보니 정전 이야기로 빠져버렸다. 한국에서 하나 가져온 손 선풍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전기의 소중함을 오늘도 느끼며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하루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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